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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y/일상생활 이야기

[이탈리아]이탈리아 피부과 다녀온 이야기(온라인 예약 방법) + 체류증 지연

작년 겨울 토리노로 이사오기 전에도 사실 토리노에는 몇 번 왔었다.

그 때마다 국내 어느 보험사의 여행보험을 들었었다.

전에 근무하던 회사의 팀장님께서 여름휴가로 태국에 가셨다가 크게 배탈이 나서 병원비가 많이 깨졌다는 얘기를 듣고

그 이후는 해외여행 갈 때 마다 보험을 꼭 들고 있다.

 

솔직히 보험료 몇 푼 안 되지만 아깝다고 생각했다.

프랑스로 워킹홀리데이 갈 때도 서류 절차 때문에 보험을 들었지만

1년 내내 병원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건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토리노에 와서 감기와 알러지로 고생을 했고 거의 20만원이나 되는 돈을 치료비로 지출했다.

다행히 보험청구하여 모두 돌려받았다. 보험계약을 하며 지불한 돈은 2만원 좀 넘었던 것 같다.

여행자 보험 비싸지 않으니 여행 전에 모두 가입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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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1월에 원인 모를 이유로 두드러기가 나고 온 몸이 붓기 시작했다.

꾹꾹 참다가 1월 말쯤 가장 가까운 피부과에 방문했다.

의사도 원인은 잘 몰랐지만 아무튼 스테로이드 연고랑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해줬다.

 

스테로이드 연고가 그렇듯, 처음에는 좀 낫는 것 같다가 도포를 중단하자 2월에는 눈주위까지 붓고 가렵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자신 있는 부분이 피부였는데 껍질 까지고 변색되고 요철이 생기니 속상했다.

하지만 지난번에 갔던 피부과 의사가 너무 별로였고 다른 곳은 너무 멀어서 꾸역꾸역 참았다.

 

그러다가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했고 이물감이 느껴졌다.

안약을 넣으면서 참다가 안과에 갔다.

증상이 한 달 정도 지속되었다고 하자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이것저것 검사를 해 줬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고 눈에 뭐가 들어가면서 상처가 난 것 같다고 했다.

눈을 소독해주고 2주간 넣으라며 항생제 들어있는 안약을 줬다.

 

그리고 며칠 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도시봉쇄와 전국민 이동 통제가 시작되었다.

눈의 이물감은 괜찮았지만 계속 침침했고, 눈 위에 뭔가 떠다니는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문득 드는 생각이, 눈 주위 피부에도 문제가 생겼는데 그 염증으로 인한 이물질이 눈에 들어가는게 아닐까 싶었다.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대중교통 타는 것이 꺼려졌고, 혹시라도 혼자 걸어가다가 동양인이라고 시비 털릴까봐 참았다.

그렇게 2월 부터 4월 초까지 참다가 드디어 어제, 4월 7일, 피부과를 방문했다.

 

아래 사이트에 가면 근처에 있는 병원을 카테고리별로 검색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 약속도 잡을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휴업 상태이면 그 정보도 업데이트 되어 있기 때문에

구글에서 검색한 후 하나하나 전화해보지 않아도 된다.

혹시 내가 선택한 날짜와 시간에 진료가 불가능하면 의사가 메시지로 다른 날짜를 제안해준다. 

별점과 평가도 조회할 수 있으니 굉장히 좋다!!

 

평소에 이탈리아 전산같은 것 정말 엉망이라고 느끼는데 의료 쪽은 꽤 잘 되어 있다.

www.dottori.it 

불러오는 중입니다...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 기분이 이상하고 뭔가 위축되는 느낌이었다.

40분 동안 걸어서 병원에 도착했다.

지난 번 의사와는 달리 매우 꼼꼼하게 진찰을 봐 주시며 어떤 원인으로 인해 두드러기와 가려움증이 발생했는데

약 부작용으로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처방전을 써 주시며 하시는 말씀이

 

1. 토리노의 물에는 염소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서 피부에 매우 나쁘다. 샤워는 짧게 할 것. 손도 너무 자주 씻지 말 것.

(수돗물 틀면 염소 냄새가 강하게 나는데, 지금은 좀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구역질이 날 정도였음)

 

2. 30초 이상 물을 뿌리지 말고, 일주일에 1회~2회만 샤워할 것.

 

여기까지 들었을 때, 이탈리아 사람들이 잘 안 씻는 이유가 이것인가? 싶었다.

 

3. 지금 사용하고 있는 비누, 로션등 모든 제품의 사용을 멈추고, 새로 처방해주는 제품만 사용 할 것

 

이렇게 2주 동안 해 보고 차도가 없으면 본인에게 메일을 보내라고, 그럼 먹는 약까지 주겠다고 하셨다.

학생이냐고 묻길래 개발자로 취직하러 왔는데 본의아니게 집에 갇혀있다고 대답하니 웃으셨다.

병원에도 환자가 뚝 끊겼단다.

이태리어 잘 한다고 칭찬해주셔서 고맙다고, 프랑스어가 전공이라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솔직히 유창하게 하는 편은 아닌데 이탈리아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직도 동양인이 자기나라 말 조금이라도 하면 신기한가보다.

 

집에 돌아와서 바로 샤워를 매우 빠르게 하고 약을 발랐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지금,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 되었다.

진물도 나지 않고 딱지도 없어졌다.

약을 끊으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착색 된 부위 빼면 흉은 안 질 것 같아서 한시름 놓았다.

 

아 그리고 체류증...

4월 1일에 지문 찍으러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4월 30일로 미뤄졌고

며칠 전에 다시 7월 15일로 미뤄졌다고 문자가 왔다.

그럼 9월 또는 10월이나 되어야 체류증 받을 수 있겠지...

해외 여행은 물건너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