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코로나로 인한 이탈리아의 현재 상황
이탈리아 현지 기준 3월 21일 토요일 23시30분경,
각종 꼼수를 사용하여 외출통제령을 어기는 사람들 때문에 정부가 더욱 엄격한 조치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1. 외출통제가 기존에 발표한 3월 24일에서 4월 3일로 연장된다는 것.
2. 4월 3일까지 '필수 산업'에 속하지 않는 회사들은 강제 휴업처리
3. 혼자든 반려견 동반이든 산책은 자택에서 200m 반경을 벗어나지 말 것 등이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기재하는 새로운 자술서 양식도 발표되었다.
물론 이렇게 해도 지키는 사람은 지키고 어기는 사람은 어긴다.
대부분의 지인들은 이번 코로나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통제에 잘 따라주는 편이다.
하지만 개 한마리를 네 명이서 산책을 시킨다거나 건물 사람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파티를 하는,
이기적이고 분별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국가 중 코로나 검사를 가장 열심히 하는 축에 속한다. 그만큼 확진자도 많다.
일본 다음으로 노인 인구가 많고 장수국가라 나이든 환자의 수가 많아 사망자도 많다.
다행히 최근 이틀 동안 확진률과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정부가 초반에 계산했던 정점을 찍고 이제 조금씩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또, 95세 환자가 완치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와 이태리 사람들은 한줄기 빛이 보이는 것 같다며 희망을 품고 있다.
02. 전세기 이야기
사실 전세기 이야기는 처음 한인회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인회에 속하지 않아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처음 귀국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세기 수요조사를 하였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정부가 개입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한인회에서 수요조사를 할 때 나도 건너건너 신청양식과 공지사항을 전달 받았지만 전혀 귀국할 생각이 없어서 그냥 잊어버리고 있었다. 확실히 기억 나는 점은 비용은 귀국자 부담이며, 최소 2주간의 격리기간을 염두에 두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나중에 정부 전세기 이야기가 나오면서 일부 기자들이 "2주간의 격리기간이 있을 것이라는 영사관의 공지사항 때문에 실제 신청자의 수는 적을 것으로 예상"이라는 추측성 기사를 내는 바람에 안 그래도 전세기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억울하게 욕을 먹었다.
전세기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것은 개인의 의견이니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히 한인회에서 처음 수요조사를 할 때도 "비용은 귀국자 부담이며 2주간의 격리기간이 발생함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명시했는데도, 기자라는 사람이 잘 알아보지도 않고 마치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돌아다닐 생각으로 귀국신청을 했던 것 처럼 추측성 기사를 쓰는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아무튼 정부에서 전세기를 띄우기로 최종 결정이 났고, 나는 여전히 토리노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집에서 마구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관이 부족할 정도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산소호흡기가 부족하다, 공동묘지에 자리가 없다 등등 자극적인 내용만 기사로 내니,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짐이고 뭐고 다 버리고 돌아오라고 하신다.
어릴 적 굉장히 엄하셨지만 언제부턴가 내 선택을 존중해주고 따라주셨던 우리 아빠,
한 번 생각 해 봐라, 돌아와라 라고 말씀하시다가, 나중에는 부탁한다 라고 까지 하셨을 정도로 걱정이 많으시다.
이번 전세기가 밀라노나 로마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좋은 방법일거다. 직항이니까.
그런데 나처럼 토리노나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밀라노까지 가는 것도 쉽지가 않다.
일단 토리노 - 밀라노는 비행기가 뜨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라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교통편이 대폭 축소되었으며 그나마 있는 교통편도 마지막 순간에 취소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또한 밀라노 공항까지 가다가 감염되거나 봉변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나는 전혀 외출을 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집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
원래 집순이라 밖에 안 나간다고 미칠 것 같은 그런 상태도 아니다.
이런 점을 잘 설명드렸지만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면 한없이 걱정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라, 결국 화가 난 상태로 전화를 끊으셨다.
추후에 다시 연락을 드려 좀 누그러지셨지만 부모가 걱정하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눌러앉으려고 한다고 마음이 상하신 건 확실하다.
어쨌든 전세기 신청은 이미 마감되었고, 다음주에 비행기가 투입된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코로나 사태가 4월 중순 쯤이면 잦아들거라는 예측이 있지만 정말 언제 종식될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또, 이탈리아의 상황이 좋아진다고 해도 유럽국가의 특성상 다른 EU국가에서 넘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언제 또 감염이 확산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를 생각하면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 맞겠지만, 나는 지금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남아있는 길을 선택했지만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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