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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y/일상생활 이야기

[토리노]이탈리아에서 소매치기 당한 이야기 + 코로나 업데이트

지난번 포스팅을 올린 이후 또 많은 일이 있었다.

 

00.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이탈리아 상황

일단, 지난 주에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었던 북부 롬바르디아 전체와 피에몬테 일부 도시를 봉쇄하였다.

해당 지역은 레드존으로 지정되었으며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학생이 아니라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롬바르디아는 4월까지 모든 강의가 취소되었다는 대목을 얼핏 본 것 같다.

아무튼 토리노에는 봉쇄령이 내려지지 않았으며, 어차피 나는 토리노를 벗어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이탈리아에서 확진자가 늘어난다는 기사를 보고 부모님이 자꾸 걱정하셔서 속상했다.

 

그리고 3월 8일 일요일 저녁, 남쪽 출신인 친구들 몇몇이 갑자기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를 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곧 이탈리아 전역이 봉쇄된단다.

봉쇄가 언제 풀릴지 모르고 북쪽에는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이 많으니 부모님 계시는 고향에 내려가 있겠다는 것이다.

 

지저분한 대중교통(기차든 버스든)을 타고, 감염자일지도 모르는 불특정다수와 접촉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감염될수도 있을 텐데? 혹시라도 본인에게 바이러스가 있다면 연세 많으신 부모님께 치명적인 병을 옮길 확률이 있는데?

 

실제로 저런 이유로 고향으로 피신해오라는 가족의 전화를 받고도 토리노에 머물기를 선택한 친구들도 있었다.

때문에 남쪽으로 내려가겠다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지는 않았으며 이기주의의 극치로 보였다.

(표가 없는데도 막무가내로 기차를 타고 (그 비싼) 벌금을 내겠다는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역무원들이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하니... 이 나라 국민성 정말 최악이다.)

하지만 그들도 내가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한 얘기는 아닐거다.

 

사실 이런 봉쇄령은 조용히 비밀리에 내려졌어야 하는데 한 신문사에서 봉쇄령의 구체적인 사항을 누설하는 기사를 쓴 바람에 이탈리아인들이 대거 이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들을 자가격리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비교적 안전한 지역까지 바이러스가 옮겨가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 신문사의 욕심 때문에 전염병을 통제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사실상 실패했다.

 

아무튼 소문(+기사)대로 이탈리아 전국에 곧 봉쇄령이 내려졌다.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일, 건강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으며

모든 사람들로하여금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외출을 자제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레드존은 없어지고 모든 존을 오렌지존으로 지정하였다.

 

바, 식당, 젤라떼리아 등은 영업이 가능하지만 주인들은 손님들간의 거리를 1m이상으로 유지시켜야 한다.

봉쇄령의 구체적인 내용은 매일 회의를 통해서 업데이트 되고 있다.

 

01. 개인적인 이야기 - 소매치기

 

3월 9일 월요일

나중에는 외출 자체를 통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빌린 물건들을 돌려주려 월요일 저녁에 친구네 집 근처로 갔다.

이 날 이상하게 외출하기가 싫었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는데...

안 좋은 일이 있을거라는 일종의 경고였을지도 모르겠다.

 

친구는 porta palazzo 근처에 산다. 토리노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이고 실제로 이상한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이 곳에서는 특별히 조심하는 편인데 이 날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겁에 잔뜩 질려서인지, 아니면 다들 남쪽으로 도망가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방심했다.

 

쇼핑센터 앞에서 친구가 전화를 받고 있었고, 나는 짝꿍에게 약속에 좀 늦는다고 연락을 하려고 휴대폰을 꺼냈다.

갑자기 자전거를 탄 아랍인이 내 앞에 멈추더니 순식간에 휴대폰을 가지고 도망갔다.

유럽에서 3년을 지냈고 다양한 나라를 다녀봤지만 한 번도 소매치기나 강도를 당한 적이 없었다.

항상 잔뜩 경계하며 주변 사람들을 노려보고 다니기 때문에 표적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근데 이 날은 좀 방심했다.... 내 갤럭시 S10.... 개통한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약정의 노예가 되기 싫어서 자급제로 정가 주고 샀는데..... 하아... 그 보다도 그 속에 담긴 사진들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 추억들... 사진들...

 

도둑놈은 자전거를 타고 도망갔다. 나는 도와달라고 외치면서 마구 쫓아갔는데 모두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있어서인지, 내가 따라올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는지 의외로 열심히 도망가지는 않았다.

죽을 힘을 다해 뛰며 뒷바퀴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따라잡았다.

 

근데 갑자기 놈이 뒤를 돌아보더니 내가 바로 뒤에 있는 것을 보고 눈이 커지며 욕을 하더니 페달을 마구 밟기 시작했다.

나는 당연히 계속 따라갔는데, 어떤 백인 남자가 자꾸 따라가면 폭행당할수도 있으니 그만 포기하라며 나와 함께 경찰서까지 달려가줬다.(나중에야 생각났는데, 왜 그 남자는 112에 바로 신고하지 않고, 날 경찰서로 데려간걸까? 심지어 그 경찰서는 문을 닫고 있는 상태였다. 둘이 한 패였을까? 의심하는 내가 나쁜거겠지?)

 

경찰서에 도착했는데, 퇴근준비를 하던 여기는 문을 닫았으니 Porta Susa에 있는 경찰서에 가 보란다.

짝꿍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데... 번호를 못 외웠다.

당신은 경찰이니 집주소로 내 짝꿍 번호를 조회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런건 없단다.

충격과 분노로 제정신이 아닌 나에게 물을 한 병 가져다주며 손을 꼭 잡아줬다.

 

마침 뒤늦게 친구가 경찰서로 들어오길래, 휴대폰을 빌려 페이스북 메신저로 짝꿍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도 장난을 많이 했더니 처음에는 안 믿는 눈치다가 나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바로 와주겠다고 하여 Porta Susa에 있는 경찰서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도착했더니 문 앞을 지키는 경찰들이 "(코로나)안전거리를 지켜야하니 1M 이상 떨어져 있으라"며 왜 왔냐고 물었다.

상황을 설명했더니 112에 전화를 하면 바로 경찰차가 올 텐데 왜 전화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런 번호가 있는지 몰랐고, 어떤 남자가 나를 경찰서로 바로 데려가는 바람에 생각도 못 했다고 얘기했다.

 

휴대폰 고유번호와 여권을 가지고 다시 오라고 했다. 23시30분까지니 3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집으로 가서 여권과 고유번호를 챙겨서 다시 경찰서로 갔다. 집이 좀 멀어서 1시간 정도 걸렸다.

문 앞에 있던 경찰들은 어느새 퇴근했는지 사라졌고 벨을 누르니 다른 경찰이 나와 나를 안내해줬다.

코로나 때문에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니, 한 명만 올라갈 수 있다고 하여 짝꿍은 밖에서 기다렸다.

 

근데 막상 올라가니 분실물 신고는 아침에만 할 수 있다며 내일 아침에 다시 오란다.

욕이 절로 나왔다.

"한 시간 전에 왔었는데 문 앞에 있던 놈들이 여권 가지고 바로 돌아오라고 했었다. 근데 왜 지금 분실물 신고를 못 한다는 것이냐" 라고 했더니, 통역해줄 사람이 필요해서란다.

 

갑자기 웬 통역이냐고 물었더니 외국인의 경우 분실물 신고는 자격 있는 통역사를 거쳐서 해야 한단다.

그 사람이 없으니 (전화번호를 주면서) 내일 아침에 미리 전화 해보고 다시 오란다. 이게 이탈리아다 ㅎㅎ

매우 빡쳤지만 꾹 참고 집으로 돌아갔다.

 

3월 11일 화요일

 

다행히 게임용으로 전에 쓰던 S7을 이탈리아에 가지고 와서, 새 휴대폰을 구매할 필요는 없었다.

고맙게도 짝꿍이 현재 사용 중인 휴대폰을 나에게 주고, 본인은 7년도 더 된 옛날 LG폰을 쓰겠다고 했지만

나의 부주의로 인해 너에게 피해를 끼칠 수는 없다고 거절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통신사인 보다폰에 가서 새로운 유심을 구입했다. 

이 곳 방문은 이번 달에 벌써 세 번째라 직원이 날 보더니 오늘은 무슨 문제가 있냐고 웃으면서 물었다.

어제 핸드폰을 도난당해서 유심을 정지시키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유심카드를 주면서 기존 유심은 이제 죽었고, 10유로만 내면 된다고 얘기해줬다.

어쩌다 도난당했냐고 묻길래 "어제 Porta Palazzo에 갔는데..."라고 말을 시작하자마자 당연하다는 듯 "아!!" 라고 대답했다.

 

<< 휴대폰은 괜찮지만 거기 들어있는 사진이랑 서류들이 걱정이다....

내가 휴대폰 분실신고를 하면 기계를 사용하지 못 하게 될테니, 휴대폰을 분해해서 팔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메모리에 들어있는 정보를 걔가 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속상하다>>

등등 푸념을 늘어놨다. 이탈리아 애들 일 하면서 수다 떠는거 극혐인데 이럴 때는 좋다ㅎㅎ

 

직원이 위로를 해 주고, 혼자 사냐, 이탈리아 온지 얼마나 됐냐, 이탈리아어 정말 잘 한다(못 함), 등등 개인적인 얘기를 하다가 도난신고 하는 법을 간단히 설명해줬다.

다른 손님이 마침 들어와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집에 돌아왔다.

 

전 날 받은 번호로 전화해 미리 얘기를 하고 짝꿍과 함께 경찰서로 갔다.

문 앞을 지키는 경찰에게 상황 설명을 하니 나만 들어오란다.

 

전 날 PC카톡으로 짝꿍 휴대폰에 IMEI를 보내놨던 터라 "사진 한장만 찍고 따라가도 될까요?" 그랬더니

"그럼요! 우리하고도 한 장 찍지?ㅋㅋㅋㅋ" 라며 농담을 한다.

"그러든가" 라고 대답했더니 갑자기 정색하면서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안내를 해 줬다.

 

안내 받은 방으로 가니, 입구 앞에서 미남 경찰이 통화 중이었다.

방 안에는 다른 나이 많은 경찰 한 명과 민간인 아저씨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잠깐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미남은 계속 통화를 한다.

 

민간인 아저씨가 나가자 미남이 "여기 누가 좀 와서. 나중에 다시 전화 걸게"라며 통화를 바로 종료하고 나를 안내했다.

 

분실신고를 하는데 젊은 경찰이 계속 장난을 쳤다.

원래 이탈리아 경찰들 근무 분위기가 그런건지, 그 경찰이 장난이 많은 편인지 잘 모르겠다.

 

비자랑 입국날짜 도장을 보더니 이탈리아에서 2년 넘게 살아도 한 마디도 못 하는 사람도 많은데

당신은 정말 대단하다면서 칭찬을 많이 해 줬다.

 

고맙다. 근데 내 통역사 어딨냐? 했더니 무슨 통역사? 라고 반문했다.

전 날 다른 경찰이 했던 말을 전달했더니 본인 업무가 아니라서 그 사람이 뭔가 착각한 것 같단다.

결론은 통역사 같은 것은 없고, 도난신고를 아침에만 할 수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핸드폰을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거기 들어있는 여권 사본 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어차피 핀코드로 이중으로 잠겨있으며 혹시 비밀번호를 뚫더라도사진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솔직히 중국인한테 한국 여권 사본이라도 팔면 명의 도용 가능할 것 같은데? ㅋㅋㅋ

아무튼 경찰이 그렇게 말하니 그냥 그 말이 맞기를 바라야겠다.

 

도난 신고 하는 데는 약 한 시간 정도가 걸렸고, 젊은 경찰이 무슨 말을 했는데 내가 못 알아듣자 나이 많은 경찰과 젊은 경찰이 그냥 농담한거라며 웃었다.

못 알아들어서 미안하다, 이태리어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 했더니 벌써 잘 한다며, 힘 내라고 말해줬다.

 

밖에 나가니 짝꿍이 심통이 잔뜩 나 있었다.

자기보고 멀리 떨어져있으라고 해서 떨어져 있었더니, 나중에는 벽에 기대지 말라, 쪼그려 앉지 마라, 

(어떤 여자가 도착하자) 저 여자가 이 쪽에 서 있어야 하니 너는 저 맞은편으로 자리를 이동해라 등등 엄청 뭐라고 했다고 한다.

근데 창문으로 내가 웃는 소리가 들리자(전 날 부터 계속 울고 욕하기만 했음) "쟤한테는 저렇게 친절하게 대해주면서 왜 나는 구박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 서러웠단다.

 

그냥 니가 어려보이고 귀엽게 생겨서 그런거라고 위로해주고 걸어갔다.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짝꿍이 꽃을 사주겠다고 했다.

1월에 한 번, 2월에 한번 이미 받았으니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사 주겠다고 계속 고집을 부려서 작은 선인장 화분 두 개를 샀다. 잘 키워야지.

 

좋은 식당에 나를 데려가고 싶다고 하는데, 봉쇄령 때문에 손님도 없으니 식당이 모두 닫혀있었다.

한참 걷다가 작은 식당을 발견하여 들어가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잃어버린 사진 때문에 계속 마음이 아팠다.

강아지 사진.... 엄마아빠 사진... 짝꿍 사진.... 하아....

 

자전거를 탄 사람만 보면 유심히 보게 되고 아랍인만 보면 때리고 싶어진다.

 

일반화를 하면 안 된다지만 지금까지 유럽에서 살면서 캣콜링을 하거나,

키스해주면 가겠다고 계속 따라오면서 위협하거나, 소매치기를 시도하는 것들은 모두 아랍인들이었다.

올해 1월에도 프랑스 리옹 지하철에서 어떤 아랍인이 내 주머니에 손을 대다가 손등을 얻어맞고 욕만 잔뜩 먹은 채 얼굴이 빨개져 도망갔었다(15살 정도 되어 보였음).

 

작년 여름에도 리옹의 어떤 역에서 지하철티켓을 구매하려는데 불어도 제대로 못하는 어떤 아랍인이 와서 "카드 결제 밖에 안 된다"며 지갑을 꺼내도록 유도하길래 "나 리옹에서 10년을 살았다(뻥임)"라고 얘기하자 그냥 돌아갔었다.

 

이번에 내 휴대폰을 훔친 놈도 아랍인이었다.

인종차별이라고 욕해도 상관 없다.

나는 아랍인이 싫다. 좋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체로 나쁜 놈들을 만났기에 아랍인들이 싫다.

 

갤럭시 S10 한국에서는 아직도 백만원이 넘는다.

이탈리아에서 사면 700유로에 구매할 수 있지만 한국에 돌아왔을 때 삼성페이 등 일부 기능이 동작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 굳이 비싼 돈 주고 갤럭시를 살 필요가 없다.

 

일단 S7이 버텨주길 기다리면서 답답해도 참아야겠다.

항상 "가방 앞으로 매라, 휴대폰 좀 뒷주머니에 넣지 마라" 등등 짝꿍에게 잔소리를 했었는데 결국 소매치기는 내가 당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도 더욱 조심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