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aly/일상생활 이야기

[이탈리아] 가스 검침원 사기

이탈리아에서 살게 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갑자기 초인종 누르면서 Enel이나 Iren등 가스나 전기, 물 회사에서 점검 나온 것 처럼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경우는 예전부터 많았다. 그 때는 말을 알아들을 자신이 없어서 여기 친구집인데 잠시 놀러온거라고 얘기하고 그냥 보냈었다. 무슨 일 있으면 집주인이 얘기하겠지 싶어서.

그렇게 살다보니 알게된건, 정말 무슨 점검이 필요할 경우 콘도미니오 관리인들의 도장이 찍힌 A4용지가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에 붙어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게시물을 붙이려면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을 열쇠로 열어야 한다는 것. 즉 거기 붙어있는 것들만이 진짜 공지사항인 것이다. 그걸 알고나니 좀더 확실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외출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가끔씩 오며가며 게시판에 새로운 내용이 있는지 살피곤 한다.

얼마전, 막 청소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누군가 벨을 눌렀다. 요즘 공사중이라 사람들이 계속 왔다갔다하고 있어서 그들 중 한명인 줄 알고 문을 빼꼼히 열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40대 남자가 가스확인을 하러 왔다고 했다.

나 : 계량기 밖에 있는데요? (이상하다, 가스 계량기 디지털이라 수치가 자동으로 전송되는데)

그 : 계량기가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 가스가 누출되는지 확인하러 왔어요. 가스레인지 옆에서 측정해야 되는데 좀 들어가도 될까요?

나 : 그러세요. 근데 콘도미니오에서 보낸거 맞아요? 나는 아무 얘기도 못 들었는데.

그 : (뜨끔한 표정이 1초 정도 스치고 다시 미소지으면서) 맞아요. 밖에 공지사항도 붙어있어요.

나 : 아닌데. 아까 보니까 쓰레기 얘기 밖에 없던데. 어느 회사에서 왔어요? 행정인한테 전화로 확인좀 할게요(뻥임).

들여보내주지는 않고 계속 질문만 하니까 갑자기 나보고 자가냐고 묻더니 아니라니까 다음에 온다며 가버렸다. 그 사람이 떠나고 다시 밖에 나가보니 게시판이 아닌 우편함 위에 이런 찌라시가 붙어있었다.

이딴 조잡한거 하나 붙여놓고 공지사항이라고 우기고 꼰도미니오에서 보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ㅋㅋㅋㅋㅋ 회사도 듣보잡임.


구글 검색을 해봤더니 적지만 피해사례가 있었다.
등록 된 것은 두 건이지만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겠지.


어떤 사람은 83세인 어머니 집에 저 회사직원이 가스누출 때문에 뭘 설치해야 된다며 들어와서 150유로를 요구했다고 했다. 어머니가 ACEA는 절대 돈 달라고 하는 법이 없다고 항의하자 그제서야 자기 신분을 솔직히 밝혔는데 기구 설치가 이미 끝났기 때문에 마음 약한 어머니가 갖고있는 현금의 전부인 75유로를 줬고 잔금도 보내주기로 했다는 것. 아들이 바로 취소하려고 했지만 환불도 순순히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사람도 피해를 당했고 역시 속은 걸 알자 바로 취소하려 했으나 연락도 잘 안되고 결국 완전히 환불받지 못했다고...

아무튼, 꼰도미니오에서 정말 뭔가 점검이나 측정이 필요하면 며칠전에 관리자나 집주인을 통해 공지 하는것이 정상이다. 정 모르겠다면 무조건 문 열어주지 말고 집주인이나 행정인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자ㅎㅎ